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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익명의 테이크 오프 보드에 감사를

by biogene 2024. 12. 3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내 오토미가 건넨 고로케 샌드위치가 담긴 도시락 주머니를 받았는데

도시락 주머니에서 새어나온 소스가 손가락에 묻자

아쓰타 료헤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도시락을 가져 가지 않고 그냥 낚시를 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테이블 위에 손대지 않은 도시락 주머니가 그대로 놓은 채

오토미는 심장 발작으로 혼자 눈을 감았다.

그 도시락이 마지막 도시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알았더라면 그렇게 소리 지르고 야속한 말을 하지 않았을텐데 료헤이는 후회막심이었다.

오토미는 늘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는데

아내의 요리를 제대로 칭찬한 적도 없이 너무나 당연시 여긴 자신을 자책하며,

오토미가 세상을 떠난 후 2주간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않고 있던 중

갑자기 이모토라는 노랑머리 여자애가 나타났다.

 

오토미가 자원봉사로 그림 편지를 가르치던 복지 시설 리본 하우스의 원생이라며

오토미 선생님이 만약 자신이 죽으면 버릴 거, 정리할 게 많으니

바깥양반과 유릿치 언니가 곤란할거라며 집 정리나 바깥양반의 밥,

법회 같은 자질구레한 걸 49재 무렵까지 돌봐주길 부탁받았다면서 말이다.

갑자기 등장한 이모토는 오토미의 책상 서랍에서 '생활 레시피'라는 두꺼운 책자를 꺼냈다.

오토미 자신이 부모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머니한테 배워야 했던 걸 배우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배우거나 깨달은 것들을 하나하나 잊지 않게끔 적어둔 것이

귀여운 스토리가 있는 일러스트가 있는 그림 카드 레시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림 카드 레시피는 부모에게 배우지 못해 당연한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모토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아주 유용했다.

 

여러 레시피 중 '장례식 날 레시피'는 물론 '49일의 레시피'도 있었다.

49재에 독경과 분향은 필요 없고 카드에 써진 레시피의 요리를 준비해

모두 함께 즐겁게 먹는 밝고 즐거운 대연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유리코가 남편 히로유키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료헤이는 딸 유리코와 오토미의 제자 이토미와

얼굴이 하얗고 일본어를 잘 못 하는 외국 청년 하루미와 함께

오토미의 소원인 49재를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유리코는 새엄마 오토미의 지난날을 기록한 연표를 전시하기로 하고,

연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전지 한 장을 대락 2년으로 잡고 2/3는 옴마의 역사를,

나머지 1/3은 그 시절의 풍속과 톱뉴스를 적는데 옴마의 역사에 적을 내용이 별로 없다.

결혼 전 내용이 적은 건 하는 수 없지만 이 집에 시집 온 다음에도 여백이 많은 건

너무 쓸쓸해서 자신과 찍은 사진이라고 붙이려고 찾았다.

5살부터 18까지 13년밖에 생활하지 않았고, 아버지도 옴마도 사진찍기를 싫어해서

함께 찍은 사진이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정도밖에 없다.

어느 정도 유년기를 거친 자신을 의붓자식으로 삼은 옴마에게 사진이

적은 것은 아이를 낳지 않았던 사람의 인생이 낳은 사람보다 여백이 많아서일까

라는 생각에 유리코는 씁쓸해진다.

남편이 젊은 여자에게 빠져버린 이유가 생기지 않는 아이 때문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슬펐을 것이다.

 

오토미는 할아버지 간호를 하다 혼기를 놓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집간다는 건 자기 인생에 있을 리가 없다고 단념하고 있었다.

혼담이 들어와도 나이 든 사람을 잘 보살피겠다, 친척이 없으니 참을성이 많겠다는 등

가족이 아니라 일할 사람을 찾는 것 같아 싫던 와중에 료헤이를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돼지 호빵을 맛있다면서 정신없이 먹은 사람이 료헤이가 처음이어서

홀아비의 후처라도 좋았다는 오토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찡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의

기억만으로 평생 행복하고 평생 믿으며 함께 할 수 있단다.

싫다고 생각한 상대가 만든 건 도저히 먹지 못하니까 일해줄 사람이 아니라

좋아서 아내를 맞이한 거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오토미가 안스럽고 사랑스러웠다.

료헤이씨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더 상냥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였다면

오토미의 마지막이 그렇게 서글프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오토미가 부탁한 49일 대연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아내의 그림 카드 레시피를 정독하며 열심히 실천하는 료헤이씨의 모습을 보니

무뚝뚝해도 분명 좋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옴마의 연표에 엄마에게서 받은 그림 카드를 부착해도

빈 부분이 많이 남자, 자식을 낳지 않은 여자의 인생은 낳은 사람에 비하면

빈 곳이 많은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옴마와 핏줄로 연결되지 않았고 옴마의 인생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해도,

자신은 줄곧 새엄마가 좋았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리본 하우스에 있었다는 걸 잊고 싶고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리본 하우스를 졸업한 오비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할 수도 없지만,

리본 하우스 출신임을 솔직하게 말하는 걸 주저하는 것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

리본 하우스에서 옴마가 테이트 오프 보드의 역할을 잘 해 낸 것이니까

연표가 비어도 괜찮지만 약간은 씁쓸했을 유리코는

49일 대연회에서 엄마의 연표가 빼곡한 기적과 같은 광경을 마주한다.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한 수없이 많은 익명의 테이크 오프 보드로 이루어져있구나,

옴마의 마지막 소원처럼 모두가 엄마 레시피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생각하며 행복해하며 웃고 있음에 유리코 또한 삶의 희망이 생겼다.

 

49일 대연회 이후 이토미와 하루미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못하는 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소설을 소설일 뿐이니까. (스포금지^^)

불가능하지만, 정말 그리운 사람이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소설이었다.

 

 

 

 
49일의 레시피
종이책이 출간된 뒤 2013년 NHK 드라마는 물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성, 대중성, 작품성을 인정받은 베스트셀러 《49일의 레시피》가 10여 년 만에 오팬하우스에서 재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진 가족들이 엄마의 유언에 따라 49재를 축제처럼 준비하면서 천천히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엄마가 바라는 방식대로 애도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남겨진 가족들이 오래 아파하지 않고 슬픔을 툴툴 털어내길 염원하는
저자
이부키 유키
출판
모모
출판일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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