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의학
저자는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가며 의학과 미술의 경이로운 만남을
글과 강의로 풀어내는 내과전문의다.
20년 넘게 틈만 나면 전 세계 미술관을 다닌 저자가
그림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의학적 코드들을 알려주는 재미있고 유익하다.
의사인 저자가 명화 속 길고 화려한 여인의 머릿결 속에 기생할지도 모를
'이'를 언급하며 머릿니의 진화생물학적 연구를 들려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머릿니는 보통 한 숙주의 몸에 붙어서 평생 기생을 한다고 한다.
한 동물에는 한 종만 기생하는 반면 특이하게도 사람의 몸에는 여러 종이 기생한다.
머릿니 외에 옷에 붙어 기생하는 옷니와 음모에 붙어사는 사면발니가 있다.
사면발니가 음모에 서식했다가 점차 신체의 다른 부위로 옮아가면서 적응해
머릿니와 옷니로 진화했다. 그래서 옷니와 머릿니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분화된 시점을 연구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 사는 옷니와 머릿니의 DNA를 비교하여
계통수와 분기 시점을 찾아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를 했고,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에 옷을 입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니 정말 흥미로웠다.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
<돈키호테>가 의학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꼽힌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과대망상증을 앓는 한 남자의 모험담은 깜짝 놀랄 만큼 정신의학적 코드가 많이 담겨있다.
근대소설의 효시라는 찬사 아래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거명하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다고 알려져있다.
현대 의학교육의 대가들이 의학도들의 침대 머리맡에 두어야 할 책으로 꼽을 만큼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매우 유의미한 연구 대상이라고 한다.
신경전신과 전문의들에 의하면 돈키호테는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에 가깝다고 한다.
의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명화 해설을 통해
삶에 정답이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라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