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구행성물리학을 전공한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이요하라 신이
2017년 지구행성 과학연합 고등학교 포스터 발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오사카 부립 오테마에고등학교 야간반 과정과 오사카 부립 가스가오카고등학교 야간반
과정의 '중력가변장치로 화성 표층의 물의 흐름을 해석한다' 연구에
감명을 받아 작가의 상상을 더해 소설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나이도, 학력도, 사연도, 성장 과정도 제각각인 야간반에는
자기 문제로 머리가 꽉 차 있고 나와 세계가 다른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
결속감이란 게 없다. 하지만 검정고시가 아니라 야간반이라도 학교를 선택한 것은
어느 한구석에 학교에서 구원의 손길을 만났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과학부에서 실험을 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제각각의 상처를 치유하며 회복하는 이야기라니 너무 좋았다.
지구행성물리학 연구자에서 전업 작가로 전향했기에 가능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을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는 사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부모로부터 불량품 취급을 받은 상처로 인해 한 단계 올라가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오히려 한 단계 떨어지는 마이너스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싫은 아이,
죽고 싶어서 손목을 긋는 게 아니라 사라지고 싶을 만큼 지독한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싶어
리스트컷에 매달리는 아이, 하루하루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
쇼펍에서 일하는 외국인 엄마와 무책임한 일본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어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른,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오지랖을 부리는 어른,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싶은 어른...
모두들 이유는 다르지만 자신을 구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증오하며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다.
각자 살아온 궤적도 사연도 다르고 과학 교사의 수업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다들 과학부의 실험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
과학의 즐거움과 훌륭함을 통해, 실험을 통해 성공이라는 경험을 처음 맛보게 되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니 말이다.
'오퍼튜니티의 바큇자국' 사진 이야기에는 나 또한 깊은 상념에 빠졌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붉은 대지에, 구불구불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 작은 두 개의 바큇자국은
오퍼튜니티가 자기 혼자 온 길을 돌아보고 찍은 듯한 착각이 든다.
예상 운영 기간 약 3개월보다 40배가 넘는 14년을 혼자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발자취처럼 보이는 사진은 큰 울림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오퍼튜니티의 운용이 끝났을 때 15년간 임무를 수행하느라 수고했다며
관리자가 미션 종료를 선언했을 때 다들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오퍼튜니티가 마지막 순간 자신의 뒤에 끝없이 이어지는 바큇자국을 보고
단지 고독만 느낀 것이 아니라 지구의 동료들의 존재를 느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쓸쓸하게 홀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오퍼튜니티가 되도록 오래 여행할 수 있도록 함께 여행한 미션의 스태프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니 오퍼튜니티의 바큇자국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
이런 다채로운 사연을 지닌 야간고 학생들의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청춘의 궤적
너무 흥미롭고 좋았다.
- 저자
- 이요하라 신
- 출판
- 팩토리나인
- 출판일
-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