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남긴 판다 정신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글을 짧은 기간 동안 펴내는 것일까,
놀라울 정도로 곽재식속도를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가 말하는 '판다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귀여움이 세계를 구한다며 푸바오의 인기에 편승해
사람들에게 멸종 위기 동물들의 생태와 생물다양성,
지속 가능한 세계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영리한 작가의 전략이 돋보였다.
푸바오는 가지만 푸바오가 남긴 판다 정신을 기억하면
지구와 나도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판다의 내장 구조는 초식동물보다 육식동물과 더 비슷하다.
섬유소를 오랜 시간 발효시키고 삭힐 수 있는 소의 4단계 위장이 판다에게는 없을뿐더러
창자의 길이가 오히려 짧은 편이라 풀보다 고기를 소화하기에 더 적합하다.
자기 창자 구조와 상관없이 대나무만 끝없이 집어먹는 판다의 소화법은
최근 연구로 인해 다시 기초로 돌아갔다.
판다 배 속의 미생물들이 대나무를 분해한다기에는
배 속의 미생물이 너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백질 함량이 32%로 대무나 잎의 19%보다 높은 죽순을 많이 먹으면
좀 더 많은 영양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나, 어떤 대나무의 무슨 성분이
판다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필요한 모든 성분을 대나무만으로 어떻게 흡수하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문제들이다. 필수 아미노산의 경우는 연쇄상구균류로 분류되는 세균이
제공한다는 연구도 있다니 어쨌든 판다에게도 장내 미생물들의 공로가 큰 것 같다.
천년 신라가 망한 이유
천년 신라가 망한 까닭은 꽃가루 분석을 통해 해석한 경북대학교 황상일 교수님의 연구도
흥미로웠다. 경상북도 경주 주변의 꽃가루를 살펴봤더니 선사시대에 날려서 묻힌 꽃가루는
주로 나무에서 떨어진 꽃가루였고, 삼국시대 이후로는 풀에서 떨어진 꽃가루가 많아졌다.
참나무 계통의 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소나무 계통의 나무가 점점 늘어난 것을 황교수는
신라가 발전하면서 나무를 많이 베어서 써버렸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잘라서 쓰기 좋은 참나무가 많이 줄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와 풀들이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다. <삼국유사>에 헌강왕이 초가집 없이 온통 기와집만 가득한 화려한
경주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집이 없어 이상히 여겨
신하에게 물었다. 그러자 나무 장작을 쓰지 않고, 고급 연료인 숯만 사용하기 때문에
연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로 사치스럽게 살았다.
이를 통해 황 교수는 막대한 양의 나무를 잘라 숯으로 만들 만큼 나무를 빠르게 없애면
자연도 황폐해졌을 것이고, 민둥산이 되자 산사태도 빈번해지고 홍수가 발생하고,
나무가 지하수를 품을 수 없게 되자 우물이 마르고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자 도적이 되거나 반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라 말기, 참나무 숲이 사라지던 시기에 지금의 판다처럼 위기에 빠진 생물도 있었을 테고
그중에는 멸종을 맞으면서 자연의 도미노 효과로 후삼국시대의 혼란이 시작되어
천년의 역사를 이어 온 신라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분석은
생물다양성을 왜 지켜나가야 하는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판다에게서 배우는 지속 가능한 미래
판다 외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고, 판다가 우산종 역할을 하는 것이 한계를 보이는 면이
있다는 의견도 많으니, 푸바오가 떠남에 너무 슬퍼 말고 우리나라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에 대해 관심을 가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반달곰은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생태계의 많은 영역과 관련을 맺는 동물이라
반달곰을 보호하려는 노력 과정에서 많은 다른 생물을 같이 보호하게 되므로
우산종 역할을 잘해낸다. 또한 반달곰은 씨그늘(seed shadow)를 넓혀주는 동물이다.
거의 대나무만 먹는 판다와 달리 반달곰은 온갖 식물을 먹으며 갖가지 나무 열매들은
반달곰을 따라 자연히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반달곰은 활발히 먼 지역을 움직이므로 나무 열매가 이동하는 거리 역시 상당히 멀어지는데,
반달곰이 먹는 열매 씨앗의 40%를 500m 바깥까지 퍼뜨린다고 추정한 연구도 있다.
사람이 숲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써도 깊은 산속을 종일 돌아다니며 씨앗을 퍼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반달곰은 쉬지 않고 온 산을 돌아다니며 멀리까지 나무 씨앗을 배달해
숲을 넓히고 다양한 나무가 퍼지게 하는 고마운 친구인 것이다.
판다로부터 시작된 귀여운 동물들에 대한 열광이,
판다가 전해주는 판다 정신이 세상을 구했으면 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