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열림원어린이 파브르 곤충기 9편은 구멍벌 이야기이다.
구멍벌은 먹이가 무거운지 가벼운지, 많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무리 생활을 하는 벌과 혼자 살아가는 벌이 정해진다.
여치가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어서 구멍벌도 여치가 살 만한 곳에
집을 짓고, 크고 무거운 여치를 운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욕심부려 너무 큰 여치를 잡으면 운반하는 것도 힘들지만,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구멍벌이 자신의 두 배나 되는 45밀리미터의 여치를 마취시키면
17일 동안 충분히 살아 있다니 신기했다.
구멍벌에 마취된 여치에게 먹을 것을 주면 40일은 너끈히 버틸 수 있을 만큼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심장 같은 기관만 희미하게 움직인다.
마취당하지 않은 여치를 가둬 두면 5일 밖에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곧 썩어 버리기 때문에
신선한 것만 먹는 애벌레는 먹을 것이 없이 죽게 된다.
마취를 안 하고 그냥 살아 있는 여치를 집 속에 넣어두면
애벌레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마취시킨 먹이는 애벌레가 상처 입을 위험도 없고 먹이가 오래 살아남아
썩지 않으므로 여러 면에서 이득이다.
마취된 여치를 공급해야만 구멍벌의 아기 애벌레가 오래오래 신선한 먹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마취 학교에서 여치 사냥법, 마취 기술을 배운다.
학구열에 불타오른 구멍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재빠르게 정확하게 딱 그곳을 찔러야 하지
신경의 중심, 바로 그곳을 그럼 우리 발밑에 아기의 먹이가 쭉 뻗게 되지
우리는 해부학자 우리는 마취의사"
졸업 노래를 부르며 학교를 나와 실전에 돌입하는 구멍벌의 모습이 귀여웠다.
사랑하는 아기가 살찌게 될 집을 뚫고 세상에 나올 즈음이면
아기들 또한 "우리 엄만 마취 의사인가 봐. 나도 커서 마취의사가 되어야지."라며
훌륭한 마취의사를 꿈꾸며 엄마 구멍벌의 사랑에 감사함을 느낄 것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파브르 곤충기 역시 재미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