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학생들에게 물리 사랑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계시는 경상국립대 물리학과
정완상 교수님께서 춘향전에 화학을 어떻게 접목시키셨을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고 재미있었다.
이몽룡의 부친 이사또가 부임하자마자 똥통 폭발 사고로 체면을 구기게 되자,
방자가 평소에 똥을 하도 많이 싸서 똥통이 폭발했다며
방자에게 역정을 내며 방자를 화장실에 가두는 장면은 하인의 비애가 느껴져 안스러웠다.
다행히도 이몽룡이 똥통이 폭발한 건 방자 때문이 아니라
메탄 때문임을 아버지께 아뢴 덕분에 방자가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사또가 메탄이 가득찬 곳에서 불을 피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서 다행이었다.
똥통 폭발 사건의 주범인 메탄은 색도 없고 냄새도 없는 불에 타기 쉬운 기체라는 걸 배우며
방자는 몽룡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약속했다.
지방은 열량이 높아 자신에게 최대의 적이니 버터 바른 빵집은 못 간다고 밀당하는 춘향이라니,
고전에 빠진 과학 시리즈다웠다.
춘향의 모친 월매가 경영하는 카페에서 식은 유자차 잔 위에
얼음을 올려 다시 따뜻하게 끓여내는 화학천재 춘향의 모습에 몽룡은 더 반하게 된다.
끓는다는 것은 물 속의 물 분자가 기체인 수증기 분자로 바뀌어 기포가 되어 올라가는 현상인데,
온도가 낮아져도 물이 끓을 수 있음을 야무지게 설명하는 춘향이의 진지한 모습이 웃기지만,
얼음으로 물 끓이는 걸 처음 본 아이들은 마술처럼 신기해하니까 스토리텔링이 꽤 재미있었다.
춘향의 화학 지식에 넋이 나간 이몽룡이라니 재미있었다.
춘자에게 눈길을 준 방자를 혼쭐내기 위해 향단이가 뜨거운 삼계탕솥에 쇠국자를 넣어두었는데
열 전도를 몰랐던 불쌍한 방자가 손을 데이고,
밀도의 개념을 몰라 메추리알이 동동 뜬 소금 왕창 계란국을 먹고
식겁하는 방자를 보며 아는 것이 힘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스 남원 선발대회에서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이 더 빠르게 진동해서 높은음이 나오고,
공기보다 무거운 크림톤 기체를 마시면 진동이 느려져 낮은음이 나오게 하여 장기자랑하는 것,
샴페인 안에 건포도를 뿌려 건포도가 오르락내리락 춤추게 하는 에피소드들은
초등, 중등 학생 때 간단하게 하는 재미난 실험들이라 아이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다.
레몬즙으로 비밀편지 쓰기도 어릴 때 많이 하는 활동인데,
종이에 열을 가하면 레몬즙에 있는 시트르산이 종이를 구성하는 셀룰로오스로부터 물을 빼앗아
탄소만 남게 되어 글씨를 알아보게 되는 원리를 감옥에 갇힌 춘향과 몽룡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적절히 녹여내니 괜찮았다.
어릴 적 한 번쯤은 해봤을 간단한 실험의 원리를 스스로 답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면
딱 좋을 에피소드들이 배치되어 있어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