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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 과학과 미술] 시대순으로 정리해보는 과학 이야기

by biogene 2024. 10. 24.

 

과학이 우주의 언어인 수학으로 서술되고, 법칙과 이론이 매우 복잡해

입시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 청소년이나 이공계열이 아닌 사람들에겐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저자가

최소한의 과학 이야기에 미술이라는 다리를 놓으려고 펴낸 책이다.

 

처음엔 독일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의 형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과학과 미술이 의외로 상통하는 면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미술작품 해석 시리즈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엄선하여 과학 이야기 시대순으로

어울릴 만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식견을 넓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오늘날까지도 뱃길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메르카토르 세계지도는

신대륙을 찾아가는 탐험가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지만,

큰 단점이 숨어 있다.

적도의 경선 간격을 위아래 모두 똑같이 비례 적용했기 때문에

구의 특성상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경선이 좁아져

북쪽 대륙의 면적이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인다.

그린란드의 실제 면적은 지도상 엇비슷하게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1/3, 남아메리카의 1/8, 아프리카의 1/14에 불과하다.

심지어 유럽은 남아메리카보다 커 보이지만,

실제 면적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북반구 국가들이 자국의 강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메르카토르 도법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선진국들의 크기와 중요성을 과장되게 표현한 지도대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토마>는 검지를 예수의 상처 부위에

직접 넣어본 후에야 비로소 믿게 된 토마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성경에서는 "토마야, 너는 눈으로 봐야 믿는구나.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진정으로 복받은 자이니라."라고 말하지만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프랭크 윌첵은 이 작품에서

예수가 토마의 탐구적인 자세를 기꺼이 수용했고,

토마가 자신의 소망이 구현되자 극도로 흥분했다고 해석했다.

기존의 학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직접 검증하는 것이 과학자의 기본 자세이니

지극히 이과적 사고이지만, 삶에 있어 중요한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상징성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동물의 사체는 우리의 주검을 연상케 하여

'메멘토 모리', 인간의 죽음과 삶의 덧없음을 암시한다.

이런 철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면

섕 수틴과 같은 당시로선 생소한 작가의 <가죽을 벗긴 소>가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150억 원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할 순 없었을 것이다.

 

자연에서 빛의 변화를 추적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지금은 너무나 사랑받고 있지만,

1874년 인상주의 첫 전시회에서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가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라고 비판을 받았다는 것은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늘 저항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 같다.

빛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모네는 성실히 작품 활동을 해나갔고,

백내장에 걸려서도 붓을 놓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현대미술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초기 연작에 비해 현저하게 형태가 모호해지는 <건초더미> 연작을

본 칸딘스키는 법학 교수 임용을 포기하고 최초의 추상 화가가 되었다.

빛에 대해 탐구한 화가들과 빛에 관한 탐구가 진행된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에 얽힌 과학적 지식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에 따라 쉽게 느껴질 수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본인에게 부족한 배경지식을 파악할 수 있다.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는 다르리"라는

불변의 진리를 깨달으며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작가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술의 기원과 원근법의 탄생을 과학과의 상관성과 연결 지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한때 자연철학에 속해 있었다. 기하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중세에 잠시 중단되었던 학문적 연구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부흥을 맞았다. 인간의 합리적인 추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하학이 환영받은 것이다. 공간의 학문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기하학이 발달하면서 점성술은 천문학으로, 천동설은 지동설로 대체됐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었다. 과학에 관해 새로운 탐구가 이루어질 때면 탐구 그 자체보다는 논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욱 험난했다. 작가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안내하며 한 시대를 지배했던 과거의 이론(천동설, 점성술, 연금술 등) 역시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려면 반드시 누군가가 연구한 이전의 패러다임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 역시 수학적 비례를 바탕으로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던 풍조에서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요소들을 조명하는 것으로 범주를 넓혀갔다. 작가는 이처럼 변화를 이루어 온 과학사를 시대순으로 서술하면서 일맥상통한 흐름 속에 있었던 미술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과학과 미술 두 분야 모두 자명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학문과 사실의 발견은 가치중립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모든 분야에는 인간의 가치관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세계 각국의 철도, 댐 건설 등에 사용하고자 개발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에도 활용되었다. 작가는 이런 역사 속 과학에 기반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어렵다고 인식할 만한 과학적 이론을 쉽게 다루고 있고, 이를 미술로 승화한 살바도르 달리 등의 작품을 통해 재앙을 바라보는 인류의 철학관을 함께 녹여냈다. 그뿐 아니라 먹이사슬 맨 위에 선 포식자이자 여섯 번째 대멸종을 주도하고 있는 인류의 향후 과제를 개괄적으로 제시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들은 어느새 과학과 미술에 관한 지평이 넓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인류와 미래에 대해 고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노인영
출판
문예출판사
출판일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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