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류사는 질병에 맞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쟁, 질병에 맞서싸운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의학사를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어 의학 및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다.
16년간 생화학 교수로 지낸 뒤 2014년부터 의학교육과 교수로서
의학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꾸준히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하고 계신
예병일 교수님께서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역사를
아주 쉽게 들려주시기 때문에 쉽게 의학사를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세런디피티의 대명사로 늘 소개되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부터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으로
부상병 치료에 널리 이용되었고 그 결과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
페니실린을 대량 합성하고 그 효과를 입증한 플로리와 체인에게 수여되었다.
플레밍이 자신의 수상을 당연하다 여긴 반면,
플로리와 체인은 플레밍이 페니실린 활용에 대해 무관심했던
잘못 실험한 부분도 있었기에 공동 수상이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페니실린의 가치가 입증된 후부터 플레밍이 매스컴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잘 이야기한 반면
플로리와 체인은 인터뷰를 자주 거절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자기 PR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연구에만 몰두한 과학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0대 시절 첫사랑에게 작은 도시에서 조용한 개업의사로 살곘다는 약속을 하고
결혼 생활을 충실히 하던 코흐가 성격에 맞지 않는 생활에 따분함을 느끼는 것을
불쌍히 여긴 아내가 새로 나온 기계인 현미경을 선물하면서
코흐의 인생도 질병의 역사도 바뀌는 것을 보며,
주변에 누가 있는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문명의 의학 지식과 기술 수준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높았음을 이집트나 인도의 기록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악한 기운을 물리칠 부적을 지니고 다니기 위해 귀에 구멍을 뚫거나
절도 등 죄를 저지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코를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귀와 코 재건술이 발전했고 오늘날의 피부 이식과 같은 원리를 사용했다고 하니 신기하였다.
지금은 금지된 뇌엽절제술이 정신증 치료에 도입한 업적을 인정받아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던 것처럼 잘못된 치료법들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독을 보편화하기까지의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 있는 의사가 뉴욕에서 복강경으로 환자의 담낭을 제거하는
원격수술이 2001년 수행되었다.
프랑스와 뉴욕에서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모두 내시경 카메라가 전해주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데 시간차는 불과 150밀리초에 불과해서
수술 진행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고 54분간 시도된 최초의 원격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리적 거리를 두고 로봇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므로
로봇 수술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인접한 건강한 조직에 발생할 수 있는 이차 손상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회복이 빨라지도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감염질환 전파도 예방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원격수술을 환자 데이터와 이미지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므로
개인 정보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이버 공격이 일어난다면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적인 원격수술 시스템은 그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므로
미래의 의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미래의 의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가치 판단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