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
대체 불가능한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전하는
놀라운 연구 결과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통해
자연계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었다.
미주 제외 536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앉은 자리에서 쭈욱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서 전혀 부담이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찾아 읽듯이 읽으니
너무나 신비로운 생물들의 생활사에 금방 책장이 넘어갔다.
지구에 이토록 수십억 종의 다른 동물들이 살아간다니
새삼 놀랍고 경이로웠다.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지구는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는데, 모든 동물은 현실의 충만함의 극히 일부만 누릴 수
있어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우리는 혀로 맛을 보지만 곤충 대부분은 발과 다리로 맛을 느낀다.
모기가 사람의 팔에 내려앉는 순간 올바른 장소에 도착했다는
감각의 기쁨을 느끼지만, 쓴맛 나는 모기 기피제 DEET로 덮여 있다면
침을 꽂기도 전에 발의 수용체가 이륙을 강요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잘 되었다. 어떤 곤충은 산란관에 달린 미각수용체를 사용해
알 낳기 좋은 장소를 찾을 수도 있고, 파리들은 날개를 통해
세균의 존재를 맛보고 스스로 몸단장을 시작한다고 하니 신기했다.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을 찾을 필요 없이,
바로 옆에 세상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동물들을 보라는
과학자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의 꼬리를 보면 흔히 공작의 꽁지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지만, 우리의 잘못된 시각 편향이었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은 냄새를 통해 짝을 찾으며, 꼬리가 그들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 않는다. 예비짝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예비 포식자의 귀를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를 우리의 감각과 시선으로
해석하고 바라보고 살아왔다는 반성이 되었다.
빛 공해
매년 9월 11일, 2001년 테러 공격을 추모하는 두 개의 강렬한 푸른 빛기둥이
뉴욕시의 상공을 관통한다.
7,000와트짜리 크세논 전구 44개에서 생성되는 빛의 공물(Tribute in Light)은
100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비행을 감행하는
작은 명금류 수백만 마리가 정상 수준의 최대 150배에 달하는 밀도로
그 빛 속에 모여든다. 무형의 새장 안에 갇힌 것처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맴돌다 근처 건물에 충돌하여 습격당한다.
1년에 한 번밖에 켜지지 않는 강렬한 수직적인 하나의 광원뿐만 아니라,
다른 시기의 스포츠 경기장과 관광 명소, 석유 굴착 장치, 사무용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들은 어둠을 밀어내고 철새들을 끌어들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년 거의 700만 마리의 새가 통신탑에 부딪쳐 죽는다.
조종사에게 경고하는 빨간 불이 야행성 조류의 방향 감각을 교란함으로써
전선이나 서로를 향해 방향을 돌리게 하여 죽게 된다.
이들의 죽음은 대부분 지속등을 점멸등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있다. 동물들이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을 망각해서
죽음에 처한 동물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빛을 안전, 진보, 지식, 희망, 선을 상징하고
어둠을 위험, 정체, 무지, 절망, 악의 전형으로 간주하는
우리의 문화는 빛을 오염원으로 간주하길 꺼린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누적된 빛은 오염원이 되고,
또 다른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빛 공해는 불을 끄자마자 멈추고,
소음 공해는 엔진과 프로펠러가 멎으면 줄어든다.
감각 오염 해소하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구적 문제의 드문 예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문제와
실제로 이룰 수 있는 변화를 직면했다.
동기부여가 충분하다면 감각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이러한 감소를 세계적인 봉쇄 조치의 부작용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인공광으로 오염된 하늘 아래 살고 있고,
유럽인의 2/3가 끊임없는 강우에 해당하는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진정한 어둠이나 고요함을 모른 채 살아간다.
감각 환경을 오염시키면 우리는 그 결과에 익숙해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고 용인할 수 없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
광활하고 장엄한 풍경 속에 우리가 다른 동물들의 존재에,
이토록 경이롭고 굉장한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