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장 과학수사관 28명이 죽음의 현장에서 전하는 삶의 메시지라
더 마음에 와닿는 에세이였다.
CSI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법의학, 국과수에 대한 조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의 수사물 장르에도 과학수사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지만 보여주지 못한 수백 컷의 마음이 있다며
죽음의 흔적에서 발견한 삶의 간절함과
현장에서 배우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다소 무겁지만 삶에 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과학수사관이라고 하면 범죄를 떠올리게 되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참혹한 사건 관련 죽음 이야기가 많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범죄 현장 못지않게 고독사가 많아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1800여 명의 과학수사관들이 있는데
현장 감식부터 화재감식, 혈흔형태분석, 지문감정, 족윤적감정, 법최면수사,
DNA분석, 수중과학조사 등 다양한 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면 미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정말 처절하고 과로사가 걱정될 정도의 업무라
보통 사명감이 아니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창한 자기 앞 날에 아이가 방해될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짜증이 나서 15개월짜리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걸
순수히 시인하는 18살 어린 엄마를 보면
죽음이 알려주는 진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진실의 무게는 언제나 무겁기에 과학수사관들이 걷는 길은 고독을 동반한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도 않은 8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지도 못 하고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오롯이 작은 새장에서 살다,
자신의 전부였던 엄마에게 그 세상을 빼앗기고 시체검안서에
무명녀로 기재되는 사건도 참으로 안타까웠다.
무명녀로 8년이나 그래도 그들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내리게 되었는지 말이다.
죽은 아이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검찰이 친모를 설득에 성공해
출생신고를 진행하면서 출생신고와 사망신고가 한날에 이루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보며, 유령처럼 사라져가는 아이들이 많음에 놀랐다.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죽음을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지금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단다.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미흡한 제도의 한계가 없어지도록, 세상 모든 아이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어른들이 기본 책임은 지켜내는 완벽한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복지 사각지대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느껴져서
죽음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
각 기관이나 단체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변사자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었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음을
기억하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고 정중한 작별 인사를 나눈다는 과학수사관들은
매일 죽음을 마주침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이 몰아칠 때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성적인 외상후스트레스 탓에 당시 사진이나 서류를
찾아보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없음을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고민하곤 한다는 말에 먹먹해졌다.
실낱같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학수사관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 저자
- 박우현, 현장 과학수사관 27명
- 출판
- 고즈넉이엔티
- 출판일
-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