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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버지니아 울프의 미공개 편지

by biogene 2024. 10. 5.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거라고 고백했을 만큼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4000여 통이나 되는 편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랑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반 고흐의 고뇌와 예술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듯,

버지니아 울프가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서

그녀의 '자유'를 갈망했던 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사춘기 때 주머니에 돌을 한가득 넣고 강으로 걸어간 여성 작가의 삶도,

작품도 너무 난해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녀의 편지를 접하니 이렇게 섬세한 영혼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절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우울증,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악플러에 대항해서 싸우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하고,

평화를 위해 시위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며

자유롭고 멋진 모습으로 늙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긴 많은 편지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 문학 전문 문학평론가가 엄선한

96통의 편지가 연대순으로 그녀가 생전에 갈망했던

'자유, 상상력, 평화'라는 키워드로 3부로 구성되어 있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울프의 연인으로 알려진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언니 바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 주변 예술가들과 독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은

이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의 고전이 된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라며

여성의 물질적, 정신적 자립을 강조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 여성성과 남성성이 융합된 양성적인 마음을 지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연인들과 남편과의 관계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뭔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만의 세계가 잘 구축된 것 같다.

지금도 파격적인 자유로운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시도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비평과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을텐데,

그 모든 다양한 의견들이 쌓이도록 놔두고 있다며

모두가 잠잠할 때 자신의 구멍에서 기어 나와 그 의견들을 종합할 거라고 한 걸 보면

정말 굳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너무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녀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내린 오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전체주의와 가부장제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간파하고

파시즘의 기원이 가부장제적인 가족 안에 있다고 생각한

여성 작가가 그 당시에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었을까?

히틀러가 자신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쓸 만한 아이디어들을

지니고 있다는 보낸 편지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자신을 괴롭혔던 질병과 싸워왔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자신의 남편이 항상 놀라울 정도로 잘해줬다고

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더 잘 해줄 수 없었을 거라며

공포가 시작된 몇 주 전까지는 완벽하게 행복했다는 걸 남편에게 확신시켜주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했고,

자신의 광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광기가 자신의 자유를 앗아가길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단순히 유전적인 신경 쇠약, 작가의 예민함에서 기인한 우울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주의와 전쟁의 위협이 가부장제에서 기원한다며

고학력 남성의 아들들이 비싼 비용으로 엘리트 교육을 받는 공안

고학력 남성들의 딸들과 누이들은 교육과 전문직, 정치 참여에서 배제되어 온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며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염원했지만

그녀는 아웃사이더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아웃사이더 정신이

세상을 그녀가 살던 시절보다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으로,

주체적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언제나희망하고있지않나요 #버지니아울프 #버니지아울프편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으로 오늘날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사회적 억압에 도전하며 ‘자유’의 삶을 살아낸 그녀는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을 만큼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연구하는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울프가 남긴 4,000여 통의 편지 가운데 ‘자유가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고 말했던 그녀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96통의 편지를 직접 발췌해 엮고 번역한 것이다. 울프가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 일부는 국내에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그 외의 언니 바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 애정했던 에델 스미스,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와 같은 주변 예술가들, 독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편지는 작가가 되기 전인 1882년부터 1941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유서까지 연대순으로 담았으며, 1부 자유(1882~1922년), 2부 상상력(1923~1931년), 3부 평화(1932~1941년) 등 시기에 따라 버지니아 울프가 갈망했던 키워드를 잡아 3부로 구성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부가 시작될 때마다 해당 시기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결혼하기 전 결혼에 관해 고민하고, 작가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자유로운 성 정체성을 고백하며, 소설에 대한 평가에 반응하고, 여성의 지위를 위해 투쟁하고, 런던의 평화를 소망하는 등 자신을 찾고, 자신에 대해 말하며, 나아가 세상의 변화를 꿈꿨던 인간 버지니아 울프가 편지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지글인 만큼 수신인과 당시 상황에 관해 필요한 정보는 각주로 섬세하게 실었고, 자유, 상상력, 평화에 관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를 부록으로 담아 읽을거리를 더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유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진짜 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이었다. 이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상상력이 필요했고, 1, 2차 세계 대전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평화가 간절했다. 울프의 편지를 통해 독자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면에 간직한 진실을 얼마나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희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울프의 말처럼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체적인 나로 살아갈 용기를 줄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
출판
북다
출판일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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