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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by biogene 2024. 5. 7.

 

 

안데르센 잔혹동화

대부분의 동화는 삶의 따뜻하고 희망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둠과 빛, 희생과 보상, 인간성과 비인간성이라는 상반된 모습들을

모두 담고 있다. 지금 시대에도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데,

안데르센이 살던 시절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양성애적 애정 문제를 갖고 있었으니

엄청 소외되고 차별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좌절시켰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관계에 좌절을 겪는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잔혹동화를 집필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집필한 160여 편의 동화 중에서도 잔혹하고 독특하다 평가되는 동화들만 모아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을 모아놓으니, 삶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길 바랐던 안데르센의 마음을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인어공주

안데르센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에드워드 콜린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에 빠져 집필한 <인어공주>에는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 연심 앞에서

고뇌하던 안데르센의 감정이 잘 드러난다.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라는 새드엔딩으로 알았다.

공기의 요정이 되어 다른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면서

왕자에게서 얻지 못했던 불멸의 영혼을 인어 공주 스스로 얻는다는

희망적인 결말인 줄은 몰랐다. 이루어지지 못한 인어공주의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슬픈 비극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왕자를 찌르지 않고 바다에 몸을 던져

서서히 물거품으로 변해서 끝난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공기의 요정처럼 300년 동안 온갖 생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서

불멸의 영혼을 얻게 된다고 하니 자신을 배신한 왕자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보다

더 나은 결말인 것 같다.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인어공주에게

후회는 없을 것이다.

외다리 병정

<외다리 병정>에서 외톨이 장난감으로 남을 것 같던 외다리 병정이

자신과 같이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종이 발레리나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되고 죽음에 다다라서야 함께하게 되는 결말은

인어공주보다는 해피엔딩이지마, 안데르센의 존재론적 고통과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던 기독교 교리 아래에서 불안했던

안데르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고통,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용기를 잃지 않고 사랑했음을 녹아내린 주석 심장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어릴 적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를 다시 읽으니

권선징악이라는 전형적인 동화가 아니라 잔혹동화를 통해

노력 하나 없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비판하고,

선과 악은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적 본성에 둘 다 내재되어 있음을 전달하고자 했던

안데르센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서 새로웠다.

물론 <미운 오리 새끼>가 외모지상주의를 기반으로 한 노력이 아닌 혈통을 강조했다고

비판받는 면도 있지만, <성냥팔이 소녀>를 통해 자본가들이 싼값에 어린이를 고용했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추악한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하늘을 나는 가방>을 통해 일상의 벽을 넘어 세계를 탐험하고 사랑도 찾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짧은 동화를 통해서도 복잡한 교훈을 줄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리텍콘텐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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