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으로 인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비탄에 빠진 엄마가
인터넷 건강 모임에 푹 빠져 식물 테라피와 함께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자 하토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꽃이 좋아서가 아니라 고등학생이 일하려면 보호자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광적인 식물 사랑이 날로 커지면서 하토의 앞날은 점점 우울해졌고
선의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은 거짓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우울한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하토가 병원으로 꽃 배달을 갔다가
병실에 군림하는 아름다운 여왕 소노 마키나를 만나면서
하토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마키나 씨는 발병 사례가 세상에서 자신뿐인 초희귀병을 앓고 있어,
몸속에서 식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스가 생성되는
원발성 조상종을 앓고 있어, 정기 수술로 셀룰로스를 제거해야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너나 나나 치사율은 100%야."
라고 말하는 마키나 씨와 하는 스무고개 퀴즈 게임이 점점 즐거워지며
하토도 밝아지는 장면은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과
순수한 남주인공의 로맨스라는 일본 특유의 플롯이 느껴졌다.
서로가 규칙에 따르고 성실하게 맞선다면 권력도 재력도 완력도
나이도 성별도 성품도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하나의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스무고개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스무고개 게임에 하토가 진심으로 임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하토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하토의 엄마가 자신을 위한다며 마키나 씨를 찾아가 상처를 입히고,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해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상처를 받았음을 알고
엄마에게 분노하면서 하토가 저지르는 일이 과격해서 다소 놀라웠다.
선의에서 우러난 행동이 아무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음을 자각하며
그 악순환을 끊어내는 방법은 오직 하나라 생각할 때,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 안의 분노를 잠재웠다 욱하고 터뜨리지 않도록 잘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상답게 언제나 하토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마키나 씨 덕분에
하토의 어리석은 행동은 잘 수습되고, 엇나간 모자 관계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
올바른 지식과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부여되지 않음을
깨달은 하토가 여왕님의 분부에 따라 마지막 식물원 데이트를 끝내고
얼마 후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하토는 그녀를 만나기 전의 하토가 아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여왕님의 자비에 따라 보호받은 하토는
자신의 행복을 누구보다도 바란 여왕님의 뜻대로
더 성장해서 좋은 어른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 예상했던 남녀의 로맨스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처럼 삶의 위안이 되는 크나큰 우정과 사랑 이야기같이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