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본 악수의 힘
인류학자 엘라 알-샤마히가 진화 생물학에서 현대 생활의 에티켓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꿔온 악수의 힘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류학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악수의 종말이 올까라는
재미나는 생각을 하고, 악수의 기원에서부터 전염병 확산 금지를 위해
악수 행위가 자제되기까지의 역사를 이토록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다니
무척 흥미로웠다.
접촉은 위안, 유대, 공감을 만들어내며 생리학적, 생화학적, 심리학적 효능이 있다.
우리가 주먹이나 팔꿈치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악수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손가락과 손바닥, 입술에는 다른 대부분의 신체 부위보다 수용체가 더 많으며
촉각으로 얻는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뇌에 특히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악수의 기원
악수의 기원을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세 시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악수의 기원은 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무기 이론에는 실질적이고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
악수를 하려면 서로 가까이 다가서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공격할 기회와 수단을 제공하며, 인류학적 시각에서 볼 때 마오리족처럼
인사할 때 무기를 사용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문화에 대한 증거 또한 많다.
금메달 영웅에 대한 악수 거부 사건
악수가 잘못되었을 때의 어색한 실수부터 문화적 실수, 고의적인 무시까지
역사 속 중요한 악수의 순간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히틀러, 제시 오언스, 루스벨트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치 치하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흑인 운동선수가 우월 종족을 이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악수를 거부했다.
그런데 제시 오언스와의 악수 거절은 히틀러뿐만 아니라 루스벨트도 마찬가지였다니
놀라웠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백인 운동선수들만 백악관에 초대했으며, 제시 오언스에게는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오언스는 백인 운동선수들과 같은 호텔에
머물렀지만, 그 기본적인 인권이 자신의 나라 미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뉴욕에서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리셉션에 가기 위해
오언스는 흑인의 정문 출입이 금지된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가기 위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했다니 자괴감이 들었을 것 같다.
대중문화는 외국인을 무시하고 편리하게 나치 악당을 겨냥했지만,
흑인 운동선수에게 그의 조국이 더 사악하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니 아이러니했다.
악수의 종말은 올까?
감염 확산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악수의 대안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악수의 종말은 오지 않을 거라고 엘라 알-샤마히는 단언한다.
악수가 지저분하고 건강에 해로워 금지될 수도 있지만, 당장의 압력이 사라지면
언제나 그랬듯 악수는 되돌아옴을 여러 역사 속 사건을 통해 예측하는 것이다.
악수의 힘과 제스처로서의 보편성,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과의 연관성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악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