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물을 사 먹는 세상이지만,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은 그 옛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
그냥 주어지던 물을 사 먹는 것처럼 시간도 사고팔 수가 있을까?
시간을 판매하겠다는 TC의 계획이 해프닝이나 사기극으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성공하고 나라의 체제를 바꾸다니 참 특이한 소재의 이야기였다.
현대사회의 인간다움을 고민하는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신기한 이야기였다.
보통 남자(Tipo Corrient) TC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주택 융자금 외에
고정적인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매일을 허덕이며 살아가느라
셋째 아이는 꿈도 꾸지 못하고, 어릴 적 꿈이었던 적두개미의 생식 체계 연구 또한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자기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고 선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는 데 35년이나 걸리니
생의 마지막 수간에도 지급유예로 생을 결산하게 할 수 없다며 절망하게 된다.
일흔다섯 살까지는 자신의 인생을 적두개미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관찰하는 데 바칠 수 없으며,
자신의 운명과 관계없는 일에 자신의 시간 T를 너무 많이 허비하고 있음에 묘책을 마련하게 된다.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가질 수 없는 시간을 팔기로 한 것이다.
TC가 시간을 팔기 위해 엔지니어에게 시간을 담기 위한 용기를 의뢰했을 때
1분의 T는 60초이고, 시간당 평균 14km의 속도로 부는 바람 1초는 공기 0.5세제곱 센티미터에 해당하니
90세제곱 센티미터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둥, T를 담는 속도, 포장 공장의 감속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둥의
말도 되지 않는 논의가 진행되는 걸 보고 바보 같은 생각에 동조하는 척하며
사기당하게 되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T 판매에 성공적인 이야기로 흘러가 신기했다.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서 충전한 5분짜리 플라스크, 그다음에는 2시간짜리 상자를 판매하자
종업원 수도 늘고 실업률도 크게 줄어들면서 TC의 사업은 그야말로 번창해나갔다.
그래서 1주일짜리 큐브를 개발하고, 결국은 35년짜리 컨테이너까지 판매하기에 이르자
T의 소비는 재화와 용역,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에 종말을 가져왔다.
유능한 사업가로 추앙받던 TC는 한순간 세계에서 가정 선진국이었던 나라의
지배적인 자유 경제체제를 무너뜨리고 끝장내 버린 사형수로 전락해버린다.
사형이 임박했을 때 TC가 'T는 $다.'는 것은 '$는 T다.'라며
국민들이 구매한 T를 분 단위 화폐로 교환하게 하면 경제가 다시 돌아간다는
해결책을 마련해 사형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TC가 제안한 대로 사람들은 새로운 T 단위 화폐를 받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기 집을 다시 사고 살기가 전처럼 힘들지 않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T가 흐르고 국민들이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물처럼 희소하면서도 필요한 자원에 세금을 물리면 T 판매 이전처럼
여전히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것이다.
어떤 결말이 일어날지는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에
자산을 위해 시간을 저당 잡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