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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엇갈리는 사랑의 덧없음

by biogene 2024. 10. 8.

 

 

앙드레 지드가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고 칭송했던

카슨 매컬러스는 열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몇 번의 뇌졸중을 거쳐 서른 살 초기부터 걷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평범한 세계관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영혼의 열망과 고독을

주제로 한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카슨 매컬러스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하는 수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세 사람의 어긋난 기이한 사랑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미스 어밀리어는 아버지에게서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물려받은 데다

지역 최고의 술을 빚어내는 양조장도 운영하는 부자에,

의사로서도 최고였다. 6척 장신에 골격이나 근육도 남자 같긴 해도

사팔뜨기만 아니었다면 꽤 잘 생긴 여자여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제법 있었지만,

남자의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았다.

그랬던 그녀가 선택했던 열흘의 이상하고 위험천만한 결혼 생활에

마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라 겁 없고 잔인한 청년으로 성장했던

마빈 메이시가 돈 때문이 아니라, 키 큰 외로운 사팔뜨기 소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무려 2년 동안이나 숨기면서 완전 새사람으로 변했다.

동생에게도, 자신을 거두어 길러준 어머니에게도 잘 하고,

종교 집회에도 참석하고 욕하고 싸우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자신의 성격을 개선하고

미스 어밀리어를 찾아가 고백을 했고 둘은 결혼을 했는데,

첫날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둘이 원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랑이 마빈 메이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미스 어밀리어도 덜 유별난 여자가 되리라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끔찍이 사랑하는 신부와 잠자리도 같이 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파다해지고, 결국 쫓겨나게 된 신랑은 다시 본색이 드러났다.

사랑의 힘으로 변했던 마빈 메이시에게서 사랑이 사라지자

그는 주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에 실릴 정도로 악명 높은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어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기괴했던 결혼 생활이 잊히고 혼자 살던 미스 어밀리어에게

새로 나타난 사랑은 사기꾼 같은 꼽추 라이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만 가득 찬 가방 하나를 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마을에 나타나서는 미스 어밀리어의 친척이라고 우기며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는 황당한 거짓말쟁이 꼽추의

어떤 부분이 미스 어밀리어의 사랑의 세포를 일깨웠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 모든 걸 라이먼에게 바치는 미스 어밀리어와

미스 어밀리어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의기양양한 구는 라이먼의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라이먼이 자기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들 사이에

즉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특이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원래 사랑이란 게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미스 어밀리어가 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라이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라이먼은 무위도식하며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기만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물론 꼽추가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교적이어서

미스 어밀리어가 잔인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계산적인 태도가 누그러지고,

의사 역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잘해나가고, 그녀가 만들어 파는 술이 더 맛있어지고,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인근에서의 유일한 유흥장으로 잘 운영되는 것은

분명 미스 어밀리어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었다.

사랑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내 눈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외로웠던 미스 어밀리어가

수다쟁이 라이먼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직 열흘간의 결혼 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을 라이먼에게 이야기하고,

라이먼을 절대 신뢰하며 카페를 운영하던 행복한 시절은

마빈 메이시의 등장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라이먼이 마빈 메이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엇갈려버린 사랑의 작대기는 늘 불행을 초래한다.

미스 어밀리어의 카페는 마을 사람들은 단 몇 시간이라도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는데, 슬프게도 그 카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미스 어밀리어와 마빈 메이시의 빅 매치에서 미스 어밀리어가 승리를 거둘 찰나,

라이먼이 미스 어밀리어를 공격하고 그들의 기괴한 사랑은 끝이 났다.

라이먼은 미스 어밀리어를 배신하고 미스 어밀리어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빈 메이시와 함께 도망갔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라이먼이 메이시에게 미쳐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스 어밀리어는 그 배신을 당하고도 3년간 라이먼을 기다리고

카페 건물을 봉쇄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카페가 사라진 마을은 황폐해졌다.

사랑의 힘으로 생겨난 카페는 완전히 퇴락하여

사랑의 덧없음, 폭력성의 상징이 되어 허무하게 가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가 되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에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사랑론이

잘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아 난해하게 느껴졌다.

 

 

#슬픈카페의노래 #카슨매컬러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사랑이 신비로운 이유는, 그것이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자기 속에 강렬하고 이상야릇하면서도 완벽한 색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인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이렇게 사랑의 본질을 읊조리면서 삶의 깊이를 신비롭게 꿰뚫고 있는 매혹적인 명작이다. 미국 남부의 황량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6척 장신에 힘이 세고 인색하며 때때로 야비하기도 한 여자 어밀리어, 그리고 어밀리어가 혼신을 다해 사랑한 꼽추 라이먼, 반대로 그녀에게 버림받은 전남편 메이시와의 얽히고설킨 삼각관계가 어밀리어의 카페를 중심으로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기이하게 펼쳐진다. 미국 남부에서 태어나 뇌출혈로 사망할 때까지 온갖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온 카슨 매컬러스는 이처럼 일반적인지 않은 신체나 독특한 성격을 가진 소외된 이들을 작품의 주요 인물로 무대에 세웠다. 범상치 않은 열망을 가진 이 인물들은 작품 속에서 ‘비정상적인 광기’의 캐릭터로 읽히기보다 우리 자신의 분신처럼 다가온다. 매컬러스는 그들의 사랑을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그려내며 인간의 열망과 고독을 이야기한다. ‘아픈 자’가 ‘아픈 자’들의 드라마를 형상화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아픈 자’임을 환기시킨다. 한바탕의 열병과도 같이 아름다운 이 작품을 한국의 대표 수필가이자 번역가인 故장영희 교수의 번역으로 만난다. 매컬러스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열정적으로 글쓰기를 이어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투병 중에도 작업에 대한 의지를 불살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장영희 교수는 매컬러스의 독창적인 시적 감성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카슨 매컬러스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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