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지리와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지리적 미디어 문해력이 기르면 넓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
드라마, 영화, 광고라는 공간의 재현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지고
해시태그만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커뮤니케이션 지리학 연구도 많아진 것 같다.
지리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문화지리학에 매료되어 연구하던 저자가
영화지리학 석사논문을 작성한지 20여 년이 흐르고
박사학위를 마친 지 1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오랜 기간 육아에 전념했던 덕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해져서 탄생한 책이다.
실제 장소와 연관된 인지 공간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장소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지리와 미디어의 만남을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고향은 코리아타운이 있는
동부나 서부의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덴버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한국식 농사를 짓기 위해 아칸소 링컨으로 어린 시절
이사를 갔다고 한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희망을 이야기했기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질적으로 촬영된 곳이 감독의 고향이 아니라 오클라호마주 일대가 된 것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세금 감면을 더 많이 해주기 때문이었단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주는 원주민의 현지 적응 과정이 남아 있는 장소라고 한다.
1830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 때 인디언 추방법이 개정되면서
원주민들이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이동하기를 명령받았는데,
이를 거부했던 일부 부족이 1838년 가을과 겨울에 4000명 이상 사망하면서
눈물의 궤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주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주었다고 한다.
실제 촬영지의 역사를 알고 보면 영화를 볼 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영화 <도굴>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궁금했는데,
오구라 컬렉션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조달품이 매매되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는데, 1948년 건물이 지어지면서 자유시장으로 이름 지어졌으나
한국을 도와준 16개의 참전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2년 후에 국제시장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은 충청도지만 실제 촬영은
포항의 구룡포 일대의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이루어졌다.
구룡포에 일본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고래잡이를 하는 일본인 어부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란다. 어촌의 특성상 언덕 위에 배들이 들고나가는 것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였고, 일본 가옥의 특성상 목재 건물이 많아
근대문화역사관이 개관하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로
잘 보존되게 된 것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나서 대만 단수이의 담강 중학교와
진리 대학교를 일부러 방문했었다. 단수이는 대만의 최초 선교사가 들어오고,
대만에 서북쪽으로 중국이나 기타 외국 문물이 들어올 때 통로 역할을 한 곳이다.
홍마오청을 단순히 인생샷 남기는 이쁜 건물이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식민지 세력에 의해 사용된
서구 열강과의 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곳이라고 알았더라면
대만 여행이 더 알차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제 촬영지가 어디구나라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나 건물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됨을 알려준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