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칸타타
동갑내기 미대 교수님과 자연대 교수님의 생명 대담이다.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통섭을 우리 사회에 소개한 최재천 교수님과
그림처럼 글을 그리고 글처럼 그림을 쓰는 생명의 화가 김병종 교수님의 콜라보이다.
두 분이 서로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과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주신다.
동갑내기 서울대 교수였지만 다소 늦게 만나 벗이 된 것을 아쉬워하셨지만,
생명의 노래와 생명의 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술가와 과학자의 눈으로 쉽게 들려주셔서 좋았다.
닮은 듯 다른 두 교수님의 대담이 재미있게 펼쳐졌다.
생명의 화가, 김병종 교수님
여든일곱 살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프레스코 기법으로 4년 만에 완성하고 높은 비계를 내려오던 날,
그는 “안코라 임파로 Ancora Imparo(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라고)” 했단다.
그림이나 조각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배움은
하늘을 향한 외마디 기도가 된다.
김병종 교수님 또한 홀로 캄캄한 어둠 속에 내팽개쳐지는 느낌이 들 때
“안코라 임파로”를” 되뇌신다고 한다.
인생의 조각배가 세찬 풍랑을 만났을 때 탄식처럼
나만의 “안코라 임파로”를” 되뇌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생명에 대한 대담이라서 진지하거나 심오한 이야기들만 펼쳐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예를 들면 두 분의 옷 입는 철학도 전혀 다른데, 그런 사소한 것에서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옷은 편안하고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패스트패션에 반대해서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을 잘 쓰지 않는 편이라
옷 입는 철학은 최재천 교수님과 비슷하다.
그런데 김병종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옷은 대충 걸쳐도 된다는 생각을
다소 수정해야겠다. 젊을 땐 뭘 입어도 젊음 자체가 발산하는 기운 때문에
어울리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의상에서 삶의 이력서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옷이 그 사람의 인격이고 성품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척도까지도 드러낸다.
내면적 가치를 외면으로 발산하는 장치로서 삶의 디그니티를 표현한다고 하니,
대충 아무거나 걸쳐도 된다고 생각하던 나 또한 좀 움찔하게 되었다.
스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님
바이오필리아를 실천하여 살아가고자 하기에 나의 생명이 존귀한 것처럼
남의 생명 또한 존귀하며, 더불어 살아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종명에 걸맞게 현명하게 살아남으려면
더불어 살아가는 '호모 심비우스' 정신을 장착해야 한다는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을 워낙 좋아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동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웃과 자연에 대해 보다 많이 알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얻은 앎을 보다 많은 이웃과 나누다 보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밝은 곳이 되리라는 교수님의 믿음을 나 또한 믿는다.
배움과 나눔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은 없다.
통합이 물리적 합침,
융합은 화학적 합침인 반면,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이다.
부부가 만나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지닌 자식이 태어나는 것처럼
통섭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
통섭을 통해 이 시대의 갈등을 없애고 화목해질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많은 사람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소통의 부재는 비움, 귀 기울임, 받아들임이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결론을 손에 쥐고 남을 통치하려 하지 말고 우선 나를 비우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좋은 것은 받아들이며 소통하며,
생명의 힘을 만끽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모색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