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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 70대 부부의 카미노

by biogene 2024. 11. 13.

 

70대 중반 부부의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해도 대단한데,
30년 전 포르투갈에서 삼성전자 주재원 시절 14살 된 딸아이를 잃었던 부부가
딸내미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지 30주기 추도식을 위한 순례길이라고 하니
더 마음이 먹먹했는데, 친구 부부와 함께 한 카미노 이야기는 유쾌했다.
많이 알려진 프랑스 루트와 달리 리스본 대성당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은 존 브리얼리의 포르투갈 길 안내 책자가 유일할 정도로
정보가 별로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걷기 시작부터 카미노의 노란 화살표나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구글 맵과 안내책으로 방향을 정해 걸었다니, 스페인 카미노에 비해
너무나 불친절한 길이다. 거기다 2차선 도로를 따라서 차들이 씽씽 달리는 곳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포르투갈 길 순례자들은
리스본보다는 포르투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리스본에서 출발해도 리스본 구간은 건너뛰고 산타렝이나 토마르에서
걷기 시작할 정도로 차도가 많나보다.

첫 해외 출장지가 포르투갈이었고, 1990년부터 4년 반 동안 주재 생활을 한 곳이고,
사랑하는 딸을 잃고 가슴에 묻고 온 곳이기에 더욱 애증이 뒤섞여 있는 포르투갈이라
이 부부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은 더 특별했다.
딸내미를 떠나보내고 5주기, 10주기, 20주기 세 차례 방문하고
이번 30주기가 네 번째인데 자신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마지막 추도식이 될 듯하다고 담담히 말하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다.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추모식을 준비해주고,
자신들의 키만했던 추모수가 10m 넘게 훌쩍 자라고
중년 여인이 된 딸 아이의 친구들과 은퇴한 선생님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삼성전자 직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한 추모식을
딸이 하늘에서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 볼 것임을 느끼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현직 때 출장다니며 쌓아 놓은 마일리지가 대한항공만 3백만 마일이 넘어
은퇴하고 나서도 십수년간 잘 이용한 밀리언 마일러인 점,
부부가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점,
취향이 잘 맞는 부부동반할 좋은 친구가 있다는 점이
너무나 꿈꾸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어른의 모습이어서 참 부러웠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오롯이 혼자 걷는 길이라고 하지만,
함께 걷는 순례길 또한 너무 멋짐을 보여주어서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언젠가 가고 싶은 길인데,
프랑스 루트에 한국인 기피 현상이 일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자 세계 10위권이라 프랑스 루트에서 만나는 동양인은
거의 한국인인데 일부 어글리 코리안 순례자들 때문에
우리나라 순례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이렇게 보기 좋은 70대 부부 2쌍의 아름다운 동행,
거기다 어설프지만 포르투갈어를 하는 대단한 70대 한국인 순례자의
모습이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
사람은 매일 걷는다. 출근을 위해 또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기 위해 우리는 걸어야만 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걷는 이의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길은 다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걷기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길은 단연 ‘산티아고 순례길’일 것이다.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은 산티아고로 향한 두 번째 여정을 담은 여행에세이이다. 걷기에 빠진 저자가 “나는 왜 걷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거쳐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에 이르기까지 36일간 걸은 700km의 순례길을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저자가 찍은 사진과 함께 동반자인 아내의 스케치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포르투갈 길의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책의 구성은 주요 도시 구간별로 나누어 총 5장이다. 1장 ‘Before the Camino’는 본격적으로 걷기 전의 이야기로 저자와 포르투갈의 인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 2장부터 5장까지는 설렘과 고난이 교차하는 순례길 위의 이야기이다. 출발지인 리스본부터 토마르, 포르투, 투이를 지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덤으로 걷는 길 피니스테레와 묵시아까지 매일의 기록을 특유의 솔직담백한 문체와 함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부록으로는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 방법과 장비, 역사가 실려 있으며, 날짜별 루트 요약도 있어 전체 여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정보를 담은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포르투갈 길을 직접 경험한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산티아고 포르투갈 길을 경험해 보고 싶거나 다녀올 계획이 있는 이에게 저자의 경험 이야기가 좋은 조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인생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저자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끝까지 나아갈 용기도 얻게 되기를 바란다.
저자
정선종
출판
작가와비평
출판일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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