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해
외부 충격이나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을 다룬 작품이라는 경고(?)가 있어서
열두 살 사이먼 오키프가 전파 천문학자들이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기
인터넷, 와이파이, 스마트폰 심지어 전자레인지까지 금지된 동네로 이사오게 되었는지
짐작이 되어 읽기 전부터 각오를 단단히 했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가지 않았지만 사이먼이 생존자의 트라우마 속에서
헤쳐 나오는 과정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참혹한 비극을 요절복통 코미디로 따뜻하게 유쾌하게,
힘든 진실을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뛰어나다는 평 그대로였다.
5월 15일 이글 크레스트에서 그 사건이 있고 학교는 겨우 2주 만에 다시 열렸다.
#오마하는앞으로 나가간다는 해시태그를 달고 교실 바닥을 열심히 문질러 닦고
페인트칠을 하고 복구를 마쳤지만 사이먼에게 돌아갈 반은 없었다.
사이먼의 친구들은 다 죽었고 유일한 생존자인 사이먼은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홈스쿨링을 했고, 사이먼과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오마하를 떠나왔다. 구글에 사이먼 오키프를 검색하면 나오는 그 사진 속의 아이를
모르는 곳으로 와서 베프도 생겼다.
자폐 성향이 있는 과학 덕후인 아게이트는 당근색 구름 머리에 뚱뚱해서
다른 여자애들이 하마라고 놀리면 하마는 시속 30km로 돌진할 수 있고,
인간을 죽이는 큰 짐승이 호랑이나 다른 맹수가 아니라 하마라며 말하고,
그다음 날은 네 발에 운동화를 신은 하마가 그려진 탱크톱을 입고 나타나는
멋진 괴짜이다. 그래서 사이먼이 보통의 아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끔찍한 사고를 겪으며 사이먼은 나쁘다고 죽고 착하다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전혀 괜찮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모두들 괜찮을 거라며 위로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살아야 하는
생존자의 고통이 느껴져 비통하였다.
그앤베라 마을로 이사를 왔지만 결국은 진열장 속 전시품이 되어,
사진 속 얼음이 된 아이인 채로, 구글에 이름을 치면 나오는 모두가 다 아는 아이,
총기 난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사이먼은
누구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을 집어치우기로 했다.
가짜 우주 메시지를 만들어 SETI 프로젝트가 계속 운영되도록
과학자들을 돕겠다는 아게이트의 계획이 처음에는 싫었지만,
그보다 좋은 방안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아게이트와 케빈과 어벤저스가 되어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를 만들어
사이먼 오키프와 그 불행한 가족에서 관심을 떼게 하기로 한다.
사이먼이 두 친구와 전자레인지와 메트로놈, 에어 캐트를 이용해 외계 문명을 사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다.
어려운 주제를 아이들의 용기로 섬세하게 풀어내서 가슴이 찡하면서
사이먼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