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X 롯데 컬처 웍스 스포츠 테마공모전 수상 작품답게
10대들의 풋풋한 성장 소설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한 테니스부에서 여섯 명의 소년 소녀들을 통해
내 속엔 너무도 많은 나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나이듯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인정하며
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할 때 랠리가 계속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10대들의 꿈에 대한 고민, 풋풋한 사랑, 미투까지
청춘 로맨스 성장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영리하게 잘 담긴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웃음이 습관이 되어 버린 유튜브 스타 오후,
오직 우승만을 꿈꾸다 표정을 잃어버린 시진,
단 한 사람의 응원이 듣고 싶은 미르,
테니스 공을 주워 주는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가혜,
늘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자이거나 패배자가 되는 다미,
테니스 선수가 아닌 다른 것을 꿈꾸는 석기,
모두 나를 닮았지만 나는 아닌 나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밝힌 저자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
오후가 여주인공으로 시진과 미르가 서브 남주이지만,
아이들 각각의 사연으로도 훌륭한 단막극이 나올 것 같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술술 잘 읽혔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또 감명 깊게 읽었던 것처럼 아이들 모두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더 짙은 녹색도 있고 더 연한 녹색도 있고 자세히 보면 같은 녹색이 없는 것처럼,
자신들처럼 나무색도 다 다르다는 석기의 표현처럼 말이다.
엄친아 그 자체이지만 부유한 자신의 삶을 자랑하거나 잘난 척하지 않고
가족을 향한 외로운 감정을 공유하며 좋아하는 마음과 힘들어하는 방식이 닮아서
영원히 비상약 같은 든든한 존재로 남을 줄 알았던 미르가 동료가 되어 나타나고,
"신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에 개입하는 것이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더 많이 배우니까 실패가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신이 자꾸만 나를 힘들게 하고 실패를 경험하게 하면서 나를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라고 멋진 말을 아들에게 해주는 아버지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노란 조끼를 입는 분이어서
남자부 랭킹 1위의 유망주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후원을 전혀 받지 못해
고된 훈련 후에도 알바를 해야만 하는 시진의 존재.
오후 곁에 있는 멋진 두 남자 주인공의 결이 다른 삶과 매력이
다소 진부해 보여도 둘 다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멋진 아이들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온갖 후원과 협찬으로 살아온 오후가
온라인 셀럽들과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선수만 쳐다보면서 부러워하며
쉽게 불행에 빠져들다 시진을 보면서 진짜 세상을 보게 되면서
한 걸음 나아가 성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부모가 없는 아이, 부모가 있지만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아이, 밥을 굶는 아이, 전쟁과 폭격에 노출된 아이,
나라를 잃고 난민으로 떠도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우리는 고작 후원금 몇 만 원으로 대체하고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실패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응원하게 되지만, 특히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과 성장은 더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6명의 청춘들의 성장을 열렬히 응원하며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을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