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의 만남,
그야말로 좋은 거에 좋은 거를 더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는 표현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화전이라서 감동이 배가 되어 다가와서 가까이 두고 계속 펼치게 되는 책이다.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을 살면서 가난하고 고독했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노동자와 농민의 고달픈 삶과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식민지 시절 고뇌하는 시인의 마음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시인의 고뇌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과 화가의 만남이라 감동이 배가 되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해졌다. 특히 고스의 그림이 138점이나 수록되어 있어
작은 미술관을 소장한 것 같아 좋았다.
마치 두 사람이 동시대를 살던 벗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더욱 감동스러웠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죽마고우가 콜라보를 한 것처럼
윤동주의 시와 고흐의 그림 결이 너무나 잘 맞아 놀라울 정도였다.
'장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업고 지고......안고 들고......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버려놓고
밀려가고 밀려오고......
제마다 생활을 외치오......싸우오.
온 하루 올망졸망한 생활을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1937. 봄)'
를 읊으며 <석탄 자루를 나루는 광부의 아내들> 그림을 보니
아낙네들의 고달픈 삶이, 광부 아내들의 굽은 등이 생생하게 느껴져 짠했다.
지난밤에 동생이 오줌 싸 그린 지도가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궁금해하는 시인의 섬세하고 여린 마음이 짧은 시를 통해서도 너무나 잘 느껴졌다.
종점이 시점이 되고,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는 시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고향으로 향한 차도 아닌 기차에 공연히 가슴이 설레이는 시인이
짐보따리를 들고 주룽주룽 서 있는 여자들을 보며,
복선 공사에 분주한 노동자들을 보며,
세계일주행이라고 달고 싶고, 고향행을 달고 싶고,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고흐의 그림과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나 잘 어울린다니,
마치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 서로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작품 활동을 한 것 같을 정도로 결이 맞아 감동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난 책이었다.
- 저자
- 윤동주
- 출판
- 스타북스
- 출판일
-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