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본능 깨우기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공계열의 비애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다정한 수학책이라니
책 제목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수학과 멀어져 버린 어린 시절의 나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는
소개 글과, 미국수학협회에서 수학대중화에 기여했을 때 주는
‘오일러 북 프라이즈’ 상을 받았다고 하니
속는 셈 치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수학을 싫어했던 건 아니니까 말이다.
다정한 수학책
저자가 자신이 직접 수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만나본 필즈상 수상자들이
수학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학은 타고난 재능보다
호기심, 열망, 끈기가 더 중요하다고 해서 의아했다.
의아하지만 수학이 자신의 삶에 가져다준 의미가 너무나 고마워서
마음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는 저자의 말이니 믿어보기로 했다.
몸을 위한 수학, 마음을 위한 수학, 영혼을 위한 수학으로 안내하는
저자를 따라 슬로 리딩을 통해 수학의 깊이를 제대로 음미하는데
술술술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수학에 몰두하다 죽음을 맞이한 아르키메데스
아르키메데스가 자기 몸의 부피만큼 물의 부피가 위로 밀려나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 옷도 입지 않은 채
‘유레카’를 외쳤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알았지만,
그다 수학을 즐기는 이야기들은 처음 알게 되어 유익하였다.
U자형 곡선인 포물선의 특성으로 세계 최초의 살인 광선이라
부를 만한 무기를 떠올리고, 지레의 특성을 발견하고
“제가 서 있을 자리만 마련해주신다면 지구를 들어 올려 보이겠습니다.”
라는 낭만적인 제안을 하는 등 아르키메데스는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수학을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이 한창일 때 모래 위에 원을 그리고 생각에 잠겨 있다
로마 병사에게 “내 원을 밟지 마시요!”라고 소리쳐서 죽임을 당했다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너무 황당하고 안타까운 죽음이라 놀라웠다.
케플러가 시장에서 과일 파는 농부들을 관찰하며
많은 오렌지를 한 번에 쌓는 아주 좋은 방법을 추론했다는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도 인상적이었다.
케플러가 죽은 뒤 거의 400년이 지나서야 토머스 헤일스에 의해
케플러의 구 쌓기 추측이 실제로 옳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고,
그 방법은 인터넷 메시지 전송, 위성 방송, 원거리 우주 통신의
오류 수정 코드에 활용된다니 추측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니
신기했다.
박테리오파지의 정이십면체 단백질 껍질 덕분에
쉽게 유전물질을 복제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정이십면체는 5배 대칭성, 3배 대칭성, 2배 대칭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5배 대칭성 덕분에 대칭인 네 삼각형 모퉁이에
유전자를 빠르게 복제할 수 있다.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가
‘플라톤의 입체’라고 알려준 3차원 입체 도형 5개이고,
플라톤의 입체에 관해 피터 웨더롤이 만든 유쾌한 노래도
알게 되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공식이 난무하는 수학이 아니라,
수학자들은 이런 걸 궁금해 했구나,
그런 게 실생활에서 이렇게 이용되는구나 등을 느끼며
천천히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다정한 수학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