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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말 탐정단]

by biogene 2025. 7. 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답게 두 소녀의 뉴욕 양말 탐정단 이야기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세탁소에서 발견된 다양한 양말 한 짝들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세탁소 한켠에 쌓인 양말 무더기를 보고

주인을 찾아주고 싶었던 매그놀리아는 양말 게시판을 만들었다.

그런데 200달러짜리 실크 블라우스가 줄었다며 블라우스로 엄마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영어를 못하면 장사를 하지 말든가 세탁 라벨을 잘 읽어 봐야 할 거 아니냐며

화를 내다 더러운 양말을 장식이라고 걸어 놓다니 역겹다며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손님 때문에

양말 게시판이 떨어졌다. 손님들이 이런 식으로 부모님에게 소리 지르는 상황이 너무 싫었지만,

화도 내지 않고 묵묵히 세탁소 일에 몰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더 속상했다.

의기소침해 있는 매그놀리아에게 아이리스는 양말 게시판 아이디어는 좋다고,

그 무례한 아줌마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양말이 주인을 찾아가게 하자고 제안한다.

인생이란 자신을 둘러싸고 알아서 펼쳐지거나 일어나는 일 속에서 그저 관찰자가 되는 것에

만족했던 매그놀리아는 직접 양말 주인을 찾아서 돌려줄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리스 덕분에 8백만 명이 살고 있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양말을 보고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양말의 주인을 찾아 나서는

두 소녀의 앙증맞은 뉴욕 양말 탐정단이 탄생하였다.

질문하기와 대화하기가 특기인 매그놀리아가 자신보다 먼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아이리스의

등장은 두 소녀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체스 공원에서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 양말을 체스를 두고 있는

칼을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칼의 양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칼은 매그놀리아와 아이리스가 체스 말 중에 가장 많고 앞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폰 같다며 이 도시는 커다란 체스판과 같아서 추측이 틀리거나 되돌아가야 할 때도 생기지만

계속 움직이면서 길을 따라 적응해야 한다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좌절감도 들겠지만 놀라운 일과 소소한 승리를 겪는다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양말의 주인공은 이발소의 검은색과 흰색의 네모난 바닥 타일을 깨끗이 닦고 있는

루이스의 것임을 밝혔다. 루이스는 이발소 바닥을 쓸어서 돈을 벌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체크무늬 양말을 아빠로부터 선물 받았다.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서 속상했는데

아빠는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법이라며,

이 바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고 성스러운 공간이라고 했다.

헤어 이발소의 로고는 잘 듣기 위해 커다란 귀를 가진 산토끼인데

가위를 뒤집어 안경 쓴 것 같은 가위 귀를 가진 산토끼에는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었다.

머리를 잘 자르면 좋은 이발사가 되고, 손님 말을 잘 들어 주면 훌륭한 이발사가 된다는 것이다.

연인과 헤어졌을 때나 새로 취업했을 때, 학교 가는 첫날처럼 새 출발을 할 때

사람들은 머리 스타일을 바꾸곤 한다. 사람들의 별의별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선물이라며,

루이스도 그 선물을 받을 준비를 위해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다니 기특했다.

 

분홍색 플라밍고 양말의 주인은 예상치 못했던 거칠고 무시무시했던 애스펀의 것이었다.

자신을 멍청하다고 말하는 아빠를 피해 찾아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태어날 때는 회색이었던 플라밍고가 씨몽키를 먹고 분홍색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아빠의 말이 씨몽키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플라밍고가 먹는 것에 따라 색깔이 변해가듯, 아빠의 말을 흡수해서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 분홍색으로 변해가겠지만 그 말을 뱉어 버리면

원래 그대로 회색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빠의 말은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애스펀에게는 분홍 플라밍고 양말이 소중했다.

 

검은 땡땡이 양말이 달마티안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침표를 무서워했던 경비원 아저씨였던 것도 흥미로웠다.

자신에게 검은 물방울무늬는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로 끝났다는 의미라니,

모두들 각자의 다짐을 투영하여 양말을 신을 때마다 부적처럼

마음을 다잡았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졌다.

 

오가는 사람들을 늘 마주치는 경비원 일을 하며

처음에는 언젠가 여기를 떠날 사람이니 정을 주지 않고 경비원으로서

거리를 두고 예의 바르게 사람들을 대하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돌봐 주게 되면서

끝이 있음이 그렇게 끔찍하거나 견딜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는

담담한 고백이 와닿았다. 끝은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냥 함께 하는 시간들을 순간순간 소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쉼표를 찍을 때도 있고

마침표를 찍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음을

땡땡이 양말을 통해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한 뉴욕에서 양말 주인 찾기를 통해

사람들의 겉모습이 아닌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거기에 예상치 못했던 모습과 수많은 이야기와 그들의 고통, 그리움, 꿈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뉴욕 양말 탐정단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뉴욕 양말 탐정단〉 출간 -“어, 이거 뭐지? 와, 정말 놀라운 책이네.” 그렇게 발견되고, 입소문이 널리 퍼져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로 그 책! 두 아이가 뉴욕 시내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뒤따르고 웬일인지 앞서 가는 아이 손에는 흰 양말 한 짝이 들려 있다. 독특한 표지화가 단박에 이목을 끌지만, 처음에 이 책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어린이책을 처음 펴낸 작가인 데다가, 아주 특별
저자
샤넬 밀러
출판
보물창고
출판일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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