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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상실감에서 회복하는 법

by biogene 2024. 5. 23.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승승장구를 꿈꾸며 살아가던 저자가

자신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날,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의 장례식을 치르게 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졌다.

사랑했던 형의 죽음으로 그냥 한동안 고요하게 서 있고 싶어진 저자는

<뉴요커>를 그만두고 2008년 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었다.

 

MET에서 10년간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8시간씩 조용히 서서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고,

각양각색의 관람객들을 관찰하고, 수천 년의 시간이 담김 고대 유물과

거장들의 경이로운 예술 작품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하며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은 여정을 고백한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

저자의 형 톰은 몸집이 크고 건강했다.

라인배커의 재능과 재치 있는 엔터테이너 크리스 팔리, 부처를 모두 섞어놓은 사람이었기에

형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뉴욕에서 함께 산 2년 8개월은 모든 걸 변하게 만들었다.

두서없이 오색찬란하고 낭만적인 도시, 사랑의 도시, 마천루와 화려하고 멋진 거리를 누비다

형이 암에 걸리자 뉴욕은 하루아침에 암 병동의 병실과 형의 퀸스 아파트만 남은 도시로 전락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위기가 극에 달하자 한 사람씩 차례로 자기 방으로 작별 인사를 하며

자신은 꽤 괜찮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산 것 같다며,

누구나 죽는다며 죽는 건 상관없지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다며,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지만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간다며,

남는 이들을 위해 축복해 주던 강한 형을 잃은 저자는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을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형의 입원실은 대체로 명랑한 분위기였고 병실을 찾아온 친구들은 좋은 순례자들이었고,

병실 침대 머리맡에는 형이 좋아한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가 있었다.

아픈 병의 곁에 있으면서 저자는 과거에 입을 헤 벌린 채 쳐다보는 것이라 인식되었던 예술 작품이

그다지 숭고하고 신비스럽지만은 않으며, 병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숨김없이 표현하려는 시도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와 함께 형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녘 무렵, 자신들의 모습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바라보면서

"우리 좀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라며 끔찍한 병실에서 우아함을 보았다.

어릴 적 미술관 나들이를 자주 해서 그런지 형의 죽음 후 몇 달 후,

어머니와 저자는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머니의 네 형제자매를 찾아가 26살짜리 아들을 땅에 묻은 후

자신의 형제자매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 몸소 느끼며

시간을 보내다 더 단순하고 조용한 곳으로 가자는 어머니의 제안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 가게 되었다.

성인들의 수난과 신의 은총을 묘사한 전시실에서 형의 침대 옆을 지키던 몇 달간 흘렀던 분위기,

말문이 막히게 하는 수수께끼와 아름다움과 고통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꼈고

각자 자기만의 슬프고 밝은 그림을 찾았다.

'경배'라 부르는 장르의 그림 앞에서 용감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형의 모습을 떠올리던 저자는

'통곡 혹은 피에타'라 부르는 장르의 그림 앞에서 위안과 고통으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침묵 속에서 빙빙 돌고 서성거리고 교감하고 슬픔과 달콤함을 느낀 저자는

미술관에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제 이런 순간들은 예전만큼 자주 오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며 슬퍼진다.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그리고 고통 같은 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메자닌의 골동품들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르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 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p.256

삶을 이어가는 용기

메트를 떠나며 저자가 수행한 마지막 임무는 20여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간 시카고 미술관에서

각자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씩을 고르기 전에는 전시실을 떠나지 못하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메트 소장품들을 개인적인 컬렉션으로 축소한 끝에 저자는

15세기 이탈리아 수사 프라 안젤리코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래된 작품과 거기에 깃든 빛을 발할 정도로 선명한 슬픔이,

너무도 고통스럽지만 톰을 생각하게 만들어서이다.

태풍에 요동치는 배의 돛배에 못 박힌 것처럼 보이는 우아하면서도 부서진 몸은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고통 속의 용기는 아름답다는 것, 상실은 사랑과 탄식을 자극함을 알려준다.

거기다 끔찍한 순교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음식을 먹고 창문을 열고 별생각 없이 그 옆을 걸어가는

구경꾼들의 다양한 반응과 감정들은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더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감을 보여준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수동적인 구경꾼들과 달리 슬픔에 겨워 쓰러진 마리아를 돌보는 연민 가득한 사람들도 있기에

형이 그런 사람이었기에 저자 또한 그런 사람을 따르고 싶은 마음을 확인하고 메트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저자가 10년의 정적인 MET 경비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로서의 동적인 삶을 시작하며

자신보다 나이가 곱절이나 많고 세상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는

세상으로 들어가게 됨을 절감한다고 했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절망감에 빠졌던 그가 새로 살아갈 힘을 얻고

나아가는 뉴욕의 거리는 또 다른 풍성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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