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유 화가의 둘째 딸이자 김상유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인천시 주관 '자연과 고요, 평온으로의 구도-김상유 작가의 삶과 예술' 전시를 계기로
흩어져 있던 아버지의 작품을 찾아 정리하고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의 작품과 기억에 대해 엮은 책이다.
동판화 29점, 석판화 3점, 단색 목판화 15점, 다색 목판화 84점, 유화 188점을
정리하며 더 많은 작품을 찾기를 기대하며 펴낸 회고집을 통해
우리 미술을 사랑하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감동의 촉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잘 전해졌다.
기교 없이 단순하고 절제된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유적 명상 너머의 새로운 공명'을 전해준다는 평가가 무슨 의미인지
와닿는다. 역동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무심한 듯 세심한 면모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깊고 길다.
김상유 화가는 192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 전쟁, 한국 도약기를 관통하여 2002년 서울에서 사망했기에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다 겪었다.
시대적 아픔이 침잠의 언어로 절제되어 작품에 투영되어 있어서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다.
서울미술관 설립자 안병광 회장이 김상유 작품을 가장 애호해
서울미술관에 김상유 작품 중 최소 80%가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독학으로 동판화를 익혀 해방과 전후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
목판화나 석판화 정도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미술계에
불모 영역이었던 동판화를 처음 시도해서 한국적 문양을 많이 남겼다.
1970년 제 1회 서울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현대인의 소외된 감성을 다룬 '막혀버린 출구 N0 Exit' 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판화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막혀버린 출구' 이후 거의 잠적된 상태에서 10년 가까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다가 유명한 판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세계를 유화로 확장한 걸 보면 늘 도전하는 외유내강형이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순수한 그림과
정성을 다해 꾹꾹 눌런썼을 것만 같은 정감있는 글씨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서화 목판화가 정겹고 재미있었다.
'읽는 그림',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라 평가받는
김상유 화가의 그림을 지인과 전문가들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깊은 통찰의 뜻을 풀이해줘서 침묵 속에서의 깊은 울림이
왜 전달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