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기사 훈장을 받은 앤디 킴의 삶의 여정
직장 생활을 하다 매너리즘에 빠져 색다른 길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마주한 프로방스의 포도밭에 반해
무작정 프랑스 국립 와인 대학교에 지원해서 와인 업계에 발을 들여
2022년 와인 기사 훈장까지 받은 앤디 킴이 써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와인은 없다.
햇살, 바람, 비, 시간이 와인을 빚어내듯
앤디 킴이 와인을 심사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앤디 킴을 통해 와인에 대해 알게 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의 차이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초록색 잎(Euro-leaf, 유럽 유기농 인증 로고)과
데메테르(Demeter 바이오다이내믹 농업의 국제 표준 기구, 오렌지색 바탕에 흰색)
인증 로고로 구분되는데 둘 다 인증된 사료와 비료만을 사용한다.
유기 농법에서는 사료나 비료가 유기농이기만 하면 되지만,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자급자족해야 한다.
포도 잎을 좋아하는 달팽이들을 없애기 위해 오리를 풀어 두고,
바구미와 유충을 잡아먹을 닭도 풀어 놓는다.
포도밭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싸는 똥오줌은 훌륭한 거름이 되는
와이너리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평화스러웠다.
박쥐가 날아와서 나방을 잡아먹어 달라고 숙소를 만들어주는 풍경도
낯설고 새로웠다. 밤잠이 없는 박쥐가 밥에 꼬이는 해충들을 다 처리해 줘서
살충제를 쓰지 않아고 된다고 하니 새집도다 길이는 더 길면서
납작하다는 박쥐 숙소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20세기 최고의 빈티지 와인이 1945년인 이유
20세기 최고의 빈티지가 1945인 이유가 1939년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면서
와이너리를 뒤로한 채 피난길에 올라 포도밭이 방치되다가
전쟁이 끝난 1945년에야 제대로 된 수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손길을 받지 못한 탓에 포도가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상태에서
스스로 성장해 내추럴 와인이 탄생했다니 코로나19 역설이 떠올라 씁쓸했다.
가업을 잇기 싫어서 자동차 딜러의 길을 걸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마신 궁극의 빈티지 와인 한 모금으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는
와인메이커의 일화를 들으니, 술알못도 그 맛이 궁금해졌다.
와인에 대한 고집이 유별난 프랑스 담당자들과
빠른 일 처리가 당연한 한국인 담당자들을 조율하며
와인셀러에서 와인 기사 작위를 받기까지 10여 년이 안 걸렸다니
그 열정과 도전 정신이 어땠을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