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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워드 파워

by biogene 2025. 3. 2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대의 어른, 최고의 지성 이어령 선생님의 3주기 추모 특별 기획 명강의록이다.

위기의 사회를 창조의 사회로 재편하기 위한 1단계는 말에서 시작한다.

말의 힘, 워드 파워로 상대방을 스스로 무릎 꿇게 하는 법이 펼쳐진다.

 

<금도끼 은도끼>에서 산신령에게 나무꾼이

자기 건 쇠도끼라고 답한 건 정직해서가 아니라,

금도끼면 굶어 죽기 때문이라는 관점은 흥미로웠다.

금은으로는 나무를 못 베니까 나무꾼에게는 가치가 없다.

도시인에게나 금은에 대한 교환가치가 기능한다.

나무만 베서 자급자족하는 산골 나무꾼은 금도끼가 아니라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가 큰 쓸모 있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시장 원리는 교환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금은을 화폐로 바꾸면 부자가 된다는 교환가치를 알게 되면

나무꾼은 장사꾼이 되고 만다. 금은이 없을 때는 자급자족했지만

금은도끼를 갖게 된 이상 시장으로 가져가 팔고 그 잉여로

무언가를 하는 나무하다 말고 도시로 간 나무꾼 이야기라니 재미있었다.

 

산업자본 계산법인 GDP는 아무리 늘어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

생명자본 GPI(Global Peace Index)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행복하다.

돈이 돈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쁨 속에서 생식하는

순환 가능한 경제 체제가 되어야 한다.

생명의 끌어당기는 힘이 자본이 되는 생명자본주의가 필요하다.

산불이 나면 약육강식으로 유지되던 정글의 법칙이 깨어진다.

모두 살길을 찾아 한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뛰게 되는 것이다.

산불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한 방향의 길을 찾아주는 평화를 가져오듯이

우리도 수많은 국난을 슬기롭게 힘을 합쳐 이겨냈다.

 

세이코사에서 스위스제 시계의 기록을 깨뜨린 최고의 명품,

크레도르를 내놓았는데 그 시계를 만든 사람이

나전칠기 옻칠 공 전용복 씨라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시계에 정교한 옻칠과 나전 세공으로 다이아몬드나 다른 보석이 할 수 없는

아름답고 견고하고 만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세계 최고액의 부가가치가 높은 시계를 창조하는 걸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하고 일본에서 가능했으니 말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보다는 물거품이 되는

현실의 아쉬움이 너무나 많아 안타까움이 컸다.

전용복 씨처럼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가 뒤따라주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일이

더 이상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돈과 칼로는 안 된다.

돈과 칼로 억지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로

상대방을 스스로 무릎 꿇게 하는 워드 파워가 중요하다.

시대의 어른이 들려주는 말의 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비용이 싸고 오래 가는 말 장사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시스, 노모스, 세미오시스.

자연, 법, 상징의 세상에서 말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명강의였다.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故 이어령 선생님의 3주기를 맞아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가 출간되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게 아닌 봄이 온다고 말하는, 어릴 적부터 비범한 발상을 지녔던 그는 범지구적으로 흔들리는 현시대를 극복할 창조적 상상력의 힘을 설파했다. 그는 “IMF 때와 같은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치르고 있는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문명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 문명의 전환에서 오는 파탄”을 마주한 우리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장
저자
이어령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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